미세먼지 '나쁨' 기준, 앱마다 다른 이유

미세먼지 앱 세 개를 켜면 등급이 세 개로 나오는 건, 앱이 고장 나서가 아닙니다. 같은 숫자를 서로 다른 표에 넣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예보 등급에서 '나쁨'은 초미세먼지(PM2.5) 36㎍/㎥부터지만, WHO 권고 기준(24시간)은 15㎍/㎥이고, 미국 AQI는 9.1부터 Moderate로 넘어갑니다.
요약 한국은 PM2.5 36부터 '나쁨', WHO 24시간 권고는 15, 미국 AQI는 9.1부터 Moderate입니다. 다만 PM10은 한국이 미국보다 더 엄격합니다 — 한쪽이 무조건 느슨한 게 아닙니다. 등급 라벨은 표에 따라 바뀌므로, 믿을 것은 측정소의 숫자입니다.
한국 기준부터 정확히
한국에는 미세먼지 숫자를 다루는 표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법정 기준이고, 하나는 우리가 앱에서 보는 예보 등급입니다. 둘이 자주 섞여 인용되는데, 목적이 다릅니다.
법정 기준은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 [별표 1] 환경기준에 있습니다. 이건 "오늘 마스크를 쓸까"를 위한 표가 아니라, 국가가 대기질을 어디까지 유지해야 하는지를 정한 목표치입니다.
| 항목 | 연간 평균치 | 24시간 평균치 |
|---|---|---|
| 미세먼지(PM-10) | 50㎍/㎥ 이하 | 100㎍/㎥ 이하 |
| 초미세먼지(PM-2.5) | 15㎍/㎥ 이하 | 35㎍/㎥ 이하 |
별표 원문에는 단서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24시간 평균치는 99백분위수의 값이 기준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즉 1년에 며칠 넘는 것까지 곧바로 기준 초과로 보지는 않는 구조입니다.
애초에 환경기준은 개인이나 사업장을 규율하는 규제기준이 아니라, 국가가 달성·유지하도록 노력하는 목표치입니다. 그래서 "35를 넘으면 법 위반"이라는 문장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 위반을 따질 대상이 되는 기준이 아닙니다.
우리가 앱에서 보는 '좋음/보통/나쁨/매우나쁨'은 이것과 별개인 예보 등급 표입니다.
| 등급 | PM-10 | PM-2.5 |
|---|---|---|
| 좋음 | 0~30 | 0~15 |
| 보통 | 31~80 | 16~35 |
| 나쁨 | 81~150 | 36~75 |
| 매우나쁨 | 151 이상 | 76 이상 |
PM2.5의 '보통' 상한 35가 법정 24시간 기준 35와 같은 숫자인 게 우연이 아닙니다. 법정 기준을 넘어서는 순간이 '나쁨'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참고로 이 PM2.5 기준은 2018년 3월 27일에 강화됐습니다. 연간 25→15, 24시간 50→35로 내려갔습니다. 공기는 그대로인데 어느 날부터 '나쁨'이 늘어난 것처럼 느껴졌다면, 그건 기억 착각이 아니라 표가 바뀐 것입니다.
미국 앱이 더 심각하게 나오는 이유, 그리고 반전
해외 앱 다수는 미국 EPA의 AQI 구간을 씁니다. PM2.5 24시간 기준으로 Good은 0.09.0, Moderate는 9.135.4, 그 위가 민감군 주의(35.5~55.4), Unhealthy는 55.5부터입니다. 2024년 5월 6일 시행된 개정으로 Good의 상한이 12.0에서 9.0으로 내려갔습니다.
이 두 표에 같은 숫자를 넣어 보면 이렇게 됩니다.
| 실측값 | 한국 예보 등급 | 미국 AQI |
|---|---|---|
| PM2.5 12 | 좋음 | Moderate |
| PM2.5 30 | 보통 | Moderate |
| PM2.5 60 | 나쁨 | Unhealthy |
| PM10 40 | 보통 | Good |
| PM10 100 | 나쁨 | Moderate |
여기서 통념이 깨집니다. PM2.5는 한국이 관대하지만, PM10은 한국이 더 엄격합니다. 미국 AQI는 PM10 54까지 Good, 154까지 Moderate이고, 민감군 주의는 155부터입니다. 한국은 31부터 보통, 81부터 나쁨입니다. PM10 100인 날 한국 앱은 '나쁨'이고 미국식 앱은 'Moderate'입니다. 방향이 반대로 뒤집힙니다.
그러니 "한국 기준은 물렁하다"는 한 줄 요약은 절반만 맞습니다. 어느 물질이냐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위 두 표는 모두 공개된 1차 자료이므로, 궁금하면 직접 검산할 수 있습니다.
WHO 기준이 유독 낮은 이유
WHO의 2021년 권고(AQG)는 PM2.5 연간 5, 24시간 15입니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라 "한국은 WHO를 무시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WHO 문서를 열어 보면 성격이 다릅니다.
WHO는 자기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이렇게 규정합니다. "Whereas guidelines are not legally binding recommendations, they can be used as an evidence-informed reference tool to help decision-makers in setting legally binding standards and goals for air quality management at international, national and local level."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기준을 만들 때 참고하라고 내놓은 근거 자료라는 뜻입니다. 한국 기준은 법이고, WHO 권고는 법이 되기 위한 재료입니다. 역할이 다릅니다.
더 중요한 건 WHO가 최종 권고 하나만 낸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WHO는 잠정목표(Interim Target)를 IT1부터 IT4까지 같이 설계해 뒀습니다. 지금 당장 5㎍/㎥에 도달할 수 없는 나라들이 밟고 올라올 계단입니다. 그 계단 위에 한국 기준을 얹어 보면 좌표가 깔끔하게 찍힙니다.
| 항목 | 한국 기준 | WHO 상 위치 |
|---|---|---|
| PM2.5 연간 15 | 법정 기준 | IT3(15)과 일치 |
| PM2.5 24시간 35 | 법정 기준 | IT4(25)와 IT3(37.5) 사이 |
| PM10 연간 50 | 법정 기준 | IT2(50)와 일치 |
| PM10 24시간 100 | 법정 기준 | IT2(100)와 일치 |
한국은 WHO를 무시한 게 아니라, WHO가 만든 계단의 중간에 서 있습니다. 최종 권고(PM2.5 연간 5)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고, 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 기준이 틀렸다"와 "한국 기준은 WHO 최종 권고보다 완화된 단계에 있다"는 전혀 다른 문장입니다.
참고로 WHO의 24시간 값에도 각주가 붙어 있습니다. "99th percentile(연 3~4일 초과 허용)". 한국 별표 1의 99백분위수 단서와 같은 구조입니다.
국내 앱끼리도 다른 건 왜인가
여기서부터는 기준 차이로 설명이 안 됩니다. 같은 한국 기준을 쓰는 국내 앱 둘이 같은 지역에서 다른 등급을 띄우는 일이 있습니다. 원인은 '등급'이라는 값이 애초에 하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에어코리아 실시간 측정 API는 등급을 한 종류만 주지 않습니다. PM10만 해도 24시간 기준으로 매긴 등급과 직전 1시간 값으로 매긴 등급이 별도 필드로 나옵니다. 구간표가 완전히 같아도, 24시간 평균과 방금 1시간 값은 당연히 다른 숫자입니다. 어느 필드를 읽었느냐만으로 라벨이 갈립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저희 도구는 이 API에서 khaiGrade, 즉 통합대기환경지수 등급을 가져다 씁니다. 통합대기환경지수는 미세먼지 하나만 보는 값이 아니라 여러 대기오염물질을 함께 반영한 지수입니다(점수 구간: 좋음 050 / 보통 51100 / 나쁨 101250 / 매우나쁨 251500). 그래서 저희 화면의 등급 배지와, "PM2.5 등급"만 보여 주는 다른 앱의 배지가 같은 순간에 다를 수 있습니다. 둘 중 하나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값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게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등급 라벨은 어느 표, 어느 필드를 골랐느냐의 결과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건 측정값 숫자뿐입니다.
'나쁨'인데 왜 주의보는 없나
예보 등급과 주의보·경보는 또 다른 제도입니다. 이것도 섞이면 헷갈립니다.
- 예보: 오늘·내일·모레의 일평균 예측을 4단계로 표시
- 실시간 측정: 지금 측정소에서 나온 값
- 주의보·경보: 실제 농도가 일정 기준 이상으로 2시간 이상 지속될 때 발령
주의보·경보는 법적 근거가 따로 있습니다. 대기환경보전법 제8조,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시행규칙 제14조 및 별표 7입니다.
| 구분 | 발령 | 해제 |
|---|---|---|
| PM-10 주의보 | 150㎍/㎥ 이상 2시간 이상 지속 | 100 미만 |
| PM-10 경보 | 300㎍/㎥ 이상 2시간 이상 지속 | 150 미만 시 주의보로 전환 |
| PM-2.5 주의보 | 75㎍/㎥ 이상 2시간 이상 지속 | 35 미만 |
| PM-2.5 경보 | 150㎍/㎥ 이상 2시간 이상 지속 | 75 미만 시 주의보로 전환 |
PM2.5 '나쁨'은 36부터인데 주의보는 75부터, 그것도 2시간 이상 지속돼야 합니다. 그러니 '나쁨'인데 문자가 안 오는 건 정상입니다. 두 제도는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예보 등급은 "내일 어떨까"이고, 주의보는 "지금 이례적으로 높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가"입니다.
도구 없이 직접 확인하는 방법
정부 원자료는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 에어코리아(airkorea.or.kr) 접속
- 실시간 대기정보에서 시도를 선택
- 측정소 목록에서 본인 동네와 가장 가까운 측정소의 **PM10·PM2.5 수치(㎍/㎥)**를 확인
- 위 예보 등급 표에 그 숫자를 직접 대입
이때 화면의 수치는 직전 1시간 평균값입니다. 그래서 표에 대입해 나온 등급은 "1시간 기준 등급"이고, 24시간 기준 등급을 표시하는 앱과는 달라도 정상입니다. 둘 다 같은 표를 쓰지만 넣은 숫자가 다른 것입니다.
등급 배지 대신 숫자를 보고 위 표에 직접 넣는 것 — 이게 핵심입니다. 한 가지 더, 값이 -로 나오는 측정소가 있습니다. 기기 점검 중이라는 뜻입니다. 어떤 앱은 이럴 때 인근 측정소 값으로 채워 보여 주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애초에 다른 지점의 공기를 보고 있는 셈입니다.
매번 사이트를 열고 시도를 고르고 측정소를 찾는 게 번거롭다면, 같은 에어코리아 실시간 데이터를 측정소별 숫자 그대로 보여 주는 도구를 만들어 뒀습니다.
에어코리아 실시간 측정값을 측정소별 숫자 그대로 — 등급 라벨 말고 원본 수치를 보세요

화면에서 PM10과 PM2.5 숫자를 위 표에 대입해 보면, 등급 배지가 왜 그렇게 나왔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스크는 어떻게 판단하나
솔직하게 적겠습니다. "PM2.5 몇부터 KF 몇을 쓰라"는 등급별 마스크 권고를, 저희는 정부 1차 자료로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검색으로 나오는 대부분은 언론 기사이고, 식약처 자료에는 감염병 대응 맥락이 섞여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숫자를 여기서 만들어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대신 확인 가능한 것을 드립니다. 보건용 마스크의 KF 등급 자체(KF80·KF94 등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식약처가 공식 안내합니다. mfds.go.kr에서 'KF 마크' 안내를 찾으면 됩니다. 그리고 오늘의 공기가 어느 위치인지는 위 표로 본인이 판정할 수 있습니다. PM2.5 40은 '나쁨' 구간의 아래쪽 끝이고, 75는 주의보 발령선입니다. 같은 '나쁨' 안에서도 37과 74는 정확히 두 배 차이입니다. 등급 라벨만 보면 이 차이가 통째로 사라집니다.
정리
- 한국 예보 등급 '나쁨'은 PM2.5 36부터, PM10 81부터입니다.
- 법정 기준(별표 1)은 PM2.5 24시간 35 / 연간 15이고, 99백분위수 단서가 붙습니다. 개인을 규율하는 규제기준이 아니라 국가의 목표치입니다.
- 미국 AQI는 PM2.5에서 더 엄격하고, PM10에서는 한국이 더 엄격합니다.
- WHO 권고는 법이 아니라 근거 자료이며, 한국 기준은 WHO의 잠정목표 IT2~IT3 선에 있습니다.
- 국내 앱끼리 갈리는 건 등급 필드(24시간/1시간, 통합지수/개별물질)가 여러 개이기 때문입니다.
- 결국 안 흔들리는 건 측정소 숫자입니다. 라벨이 아니라 숫자를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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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초미세먼지 35는 나쁨인가요, 보통인가요?
한국 예보 등급으로는 보통입니다. '보통'은 1635, '나쁨'은 36부터입니다. 35는 보통의 마지막 칸입니다. 다만 이 35는 법정 24시간 기준(35㎍/㎥ 이하)의 상한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국 AQI로 보면 같은 35가 Moderate의 거의 끝(9.135.4)이고, WHO 24시간 권고(15)로 보면 두 배가 넘습니다. 같은 숫자가 표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대표적인 지점입니다.
앱 세 개가 등급이 다 다릅니다. 어느 게 맞나요?
셋 다 맞을 수 있습니다. 이유는 보통 셋 중 하나입니다. 첫째, 기준표가 다릅니다(한국 예보 등급 / 미국 AQI / WHO 권고). 둘째, 같은 한국 기준이어도 읽는 필드가 다릅니다 — 24시간 기준 등급인지 1시간 기준 등급인지, 미세먼지 단독 등급인지 통합대기환경지수 등급인지에 따라 라벨이 갈립니다. 셋째, 참조하는 측정소가 다릅니다. 확인법은 하나입니다. 세 앱이 표시하는 PM10·PM2.5 숫자를 비교해 보십시오. 숫자가 같은데 등급만 다르면 표나 필드의 차이이고, 숫자부터 다르면 측정소나 시각이 다른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준이 WHO보다 느슨한 건 사실인가요?
WHO 최종 권고(AQG)와 비교하면 사실입니다. PM2.5 연간 기준이 한국 15, WHO 권고 5입니다. 다만 WHO는 최종 권고 하나만 낸 게 아니라 잠정목표 IT1~IT4를 함께 설계했고, 한국의 PM2.5 연간 15는 IT3, PM10 연간 50과 24시간 100은 IT2와 각각 일치합니다. WHO는 자기 가이드라인이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각국이 법정 기준을 만들 때 쓰는 근거 자료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두 문서는 역할이 다르므로, 어느 쪽이 틀렸다고 판정할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나쁨'인데 재난문자가 안 옵니다. 왜인가요?
예보 등급과 주의보는 별개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PM2.5 주의보는 75㎍/㎥ 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될 때 발령됩니다(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제14조·별표 7). '나쁨'은 36부터 시작하므로, 나쁨 구간 대부분은 주의보 요건에 한참 못 미칩니다. 문자가 없다고 공기가 좋은 게 아니라, 주의보라는 제도가 훨씬 높은 농도를 겨냥하고 있는 것입니다.
